[마에x루미] 베토벤 바이러스

* BGM과 함께 감상해주세요 - 이사했네. "사람 많은 곳에서 살긴 좀 그래서요." 루미가 건우 앞에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녀의 집은 단정했으나 고요함이 감돌았다. 시내와는 조금 떨어진 거리의 집이였다. 외곽에 집을 구한 이유를 덤덤히 말하는 루미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뻐근해지는 것만 같았다. "왜요. 안쓰러워요?" - 집이 괜찮네. 괜시리 말을 ...

* BGM과 함께 감상해주세요 그가 가고 일년이 지났다. 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 홧김에 냈던 오케스트라 계획서가 통과됐고, 꼬장꼬장하기로 유명한 지휘자 밑에서 갖은 욕 다 들어가면서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었다. 퍼석한 공무원 인생에 평생소원이던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하게 될 줄 누가 알았는가. 그리고 사랑을 했다. 사랑인가? 사랑이라기엔 조금 애...

[ 드뷔시 - 달빛 (piano 조성진) ] * BGM과 함께 감상해주세요 와인잔을 한바퀴 빙 돌리자 안에 있는 붉은빛 물결이 찰랑이며 일었다. 후. 건우가 낮은 한숨을 쉬고는 넓은 창 너머로 보이는 휘영청 뜬 달을 바라보았다. 달빛은 쓸데없이 아름다웠다. 그가 원하는 달과는 사뭇 다르게. 이전 같으면 주저없이 달빛 아래서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를 연주했겠지만...

시향 앞에서

* BGM과 함께 감상해주세요 "현 시장이 시향을 해체하네 마네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어떻게 하시려고 그럽니까. 지금이라도 시장에게 사과하시고 관계회복이라도 좀 하시죠-" 안타까움이 가득한 시청직원의 말에 건우는 입매를 일자로 다문채 침묵을 유지했다. 그런 건우를 보던 직원은 큰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자리를 비켜주었다. 탁.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건...

독일에서 일어난 일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고. 밥 잘 챙겨먹고!" "에이. 엄마는 내가 앤 줄 알아." "아니 아직 1학년 밖에 안된 애가 배낭여행을 간다는데 어떤 부모가 걱정을 안해?" "연락 잘 할게-" 루미가 베시시 웃으며 자신의 엄마의 품에 쏘옥 안겼다. 루미의 엄마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루미의 등을 토닥였다. 대학교 1년을 마무리 한 루미는 기말고사를 보자마자 독...

- 혼자 왔어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안내를 해드릴까요? 독일 공항에 도착하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찰나, 키가 큰 독일인이 갑자기 루미에게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보청기를 끼면 사람의 말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수술 후 청력을 회복한 루미는 제 앞에서 젠틀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는 독일인에게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다. 아니, 귀가 들리면 뭐하냐고. ...

루미의 이야기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두루미 메일로 안부인사 올립니다-! 어쩜 그렇게 메일을 읽고도 한줄 답변도 안해주세요? 그럴거면 메일주소나 알려주지를 말던가. 괜히 마지막에 그렇게 아련하지를 말던가! '고마웠어' '고마웠어요' '…일어나' '왜요. 추워서 입돌아갈까봐요?' '아니. 그럼 누운채로 손 줄 거야?' '손은 왜요? 설마 반지 뺏어가시게요?' '어. 그...

마에의 이야기

*BGM과 함께 감상해주세요 귀머거리 잘 지내고 있어? 아, 이 편지는 말이야 어차피 보내지도 보관하지도 않을 편지야. 마침 악보를 분석하려 책상에 앉았는데 스코어 옆에 빈 종이가 있었고 연필이 눈에 띄어서 심심풀이로 머리나 비워보려고 쓰는 거야. 고로 나는 이 편지에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겠다는 거지. 왜? 나는 심심해서 이 편지를 끄적이고 있는 거니까...